침술과 과학이라는 것이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말이죠. 침술의 기반이 되는 동양의 사상은 현대과학과는 전혀 다른 프레임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 것일 겁니다. 때문에 침술을 현대 과학으로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종종 실패로 돌아간 것이고, 그래서 침술이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는 인식이 형성된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침술과 과학이 결코 함께 갈 수 없는 길 위에 서 있는 것일까요?
사실, 이 질문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것은 과학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먼저, 제 개인적인 견해를 말하자면, 첫째, 침술은 과학적 방법론으로 완전히 이해될 수 없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이란 물질적이고 수량적이며 객관적인 접근방법을 말하는 것입니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과학적 방법론으로만 침술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우리는 침술의 본질적인 부분 중 아주 작은 부분만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침술은 굉장히 경험적이고 주관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침술은 인간 간의 상호 작용이며, 감정의 교환입니다. 이를 물질적이고 수량적인 과학적 접근법으로 이해하려는 시도는 마치 영혼의 무게를 측정하려는 시도와 같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차원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의 것을 이해하려는 시도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 방법을 택한다면, 아마 우리는 침술의 전체 중 매우 작은 부분만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 과학은 물질적인 것을 넘어서 감정적이거나 영적인 부분까지도 수량적으로, 평균이라는 기준으로 평가하려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예를 들면, 혼인한 사람들이 미혼인 사람들보다 행복할 확률이 10% 높다든지, 소득이 특정 수준까지만 오르면 행복도가 증가하고 그 이상은 행복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등의 연구 결과들이 그런 노력의 결과입니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행복한 미혼인 사람들과 불행한 부자들이 널렸습니다. 이런 현대 과학의 노력들은 다시 평가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영적인 것은 영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감정은 감정적인 교류를 통해 이해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침술을 수량적으로 평가하거나, 이른바 환원주의적인 이해 방식으로 이해하려는 노력은 결국 실패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로, 침술과 한약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과학'은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접근을 의미합니다. 한약은 어떻게 발견되었을까요? 침술에서 가장 오래된 한약 전문 서적인 '신농본초경'은 전설 속의 황제 신농의 이름을 빌려 침술에서 사용되는 한약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럼, 전설 속에서 신농은 어떻게 한약을 찾아냈을까요? 그는 현대인과는 다른 초 감각을 가지고 있었을까요? 어릴 적 저는 우리 할머니가 마녀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새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비가 올 것이라고 말하거나, 서쪽 하늘을 보고 가뭄이 올 것이라고 말하셨기 때문입니다. 고대인들은 그런 초감각이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외계 문명에서 효과적인 약초를 알려주었을까요? 아니면 신의 계시였을까요?
전설에 따르면 신농은 365종의 허브와 약용 식물을 발견하고 분류했으며, 그의 노력으로 많은 허브들이 보건 용도로 일상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신농이 많은 약초를 맛보고 그들의 약용 가치를 파악했다고 합니다.
The description of "Shennong tastes all kinds of herbs and encounters seventy kinds of toxic substances in a single day" is a legend in Chinese medical history, demonstrating that medicine is originated from practice. [3]He is also said to have discovered and classified some 365 species of herbs and medicinal plants and is often referred to as the ‘God of Chinese herbal medicine’.
Shen Nong tasted hundreds of herbs in order to determine their medicinal value.
Because of Shen Nong’s efforts, numerous herbs became routinely used for health care.
https://publicdomainreview.org/essay/the-legend-of-the-divine-farmer
또 다른 전설에 따르면, 신농이 실수로 독성 허브를 먹고 곧바로 기절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의 신성한 정신 덕분에 그는 곧 깨어났고, 자신의 몸에 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보고 치료제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Sometime later, Shennong ate a poisonous herb by mistake. he immediately fainted and fell to the ground. Luckily, thanks to his divine spirit, he soon woke up. He looked at his body to see what damage the poison had one, and this enabled him to create a cure.
https://teainitiative.wordpress.com/2014/11/03/chinese-tea-history-the-legend-of-shennong-ca-2737-bc/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맛보다'라는 단어와 '실수'라는 단어입니다. 그가 신이라면 왜 약초들을 '테스트'해야 했을까요? 그리고 왜 신인 주제에 먹은 약이 잘 못되어 기절까지 했을까요? 이 전설들은 한약의 발견과 발전이 신비적, 혹은 연역적(예, 유비추론) 인 것이 아니라 경험(practice)의 축적을 통해 검증(validation)되었음을 시사합니다.
The description of "Shennong tastes all kinds of herbs and encounters seventy kinds of toxic substances in a single day" is a legend in Chinese medical history, demonstrating that medicine is originated from practice.
Hao B, Kang X. [On the connotation of "Shennong tastes all kinds of herbs and encounters seventy kinds of toxic substances in a single day"]. Zhonghua Yi Shi Za Zhi. 2002 Oct;32(4):218-22. Chinese. PMID: 12639437.
이 중국의 연구자는 "신농은 모든 종류의 약초를 맛보고 하루에 70가지 독성 물질을 마주쳤다"는 전설을 통해 중국의 전통 의학이 실제 경험(practice)을 통해 발전되었다고 주장합다. 그래서, 청나라 시대 유명한 약사인 왕청임이 강조했던 것처럼, 우리는 계속해서 오류를 찾아내고 수정해나가야 합니다. 이때 사용되는 과학적 도구가 바로 증거 기반 의학(EBM)입니다. 이때의 '과학(근거중심의학, 경험주의, 귀납적)'은 앞서 이야기한 '과학(지성주의, 근대과학, 연역적)'과는 조금 다른 의미입니다. 때로는 '과학'과 EBM은 충돌하기도 합니다.
결국 침술과 한약의 역사는 경험적인 확인과 검증의 역사였고, 우리는 이제와 미래에도 이러한 실증적 검증을 통한 발전과 오류 수정의 과정을 계속 이어가야 합니다. 이 과정을 멈춘다면 침술과 한약은 과학이나 학문이 아니라 종교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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