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학생들로 부터 자침시 침관을 사용해도 되냐는 질문을 듣습니다.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자침시 침관을 사용하지 않으면 '죄악'이라고.
침관은 와이치 스기야마라는 일본인이 1600대에 만들었습니다. 저도 이 사실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이렇게 중요한 사실을 왜 의사학 시간엔 다루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었습니다. 하기는 청대이후로는 거의 온병밖에 배운 것 없습니다. 정말 중요한 명대부터 일어나 중서의학의 충돌에 관해서는 의학사에서 다루지 않습니다. 마치 공산당의 선전용 한의학 처럼, 제가 배운 의사학은 한의학 찬양 선전물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무튼 스기야마는 10살에 당시 유명하 한의사 료메이 이리에 라는 스승을 찾아 교토에서 도쿄로 수학을 가게 됩니다. 몇달이 안되서 이리에는 스기야마가 멍청하다고 쫒아버립니다. 스기야마는 돌아오는길 너무나 정신적 상처가 컸었는지 한 여신을 모신 사찰에서 100일간 기도하고 단식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나뭇잎에 말릴 솔입이 발바닥을 찌르게 되고, 이에 영감을 받아 침을 감싸는 침관을 발명했다고 합니다. 한국에선 허임, 허준 선생이 활약하던 시기였고, 중국에선 침구대성등의 편찬으로 금원시대 한의학이 집대성 되는 시기였습니다.
침을 놓는 과정은 크게 두가지로 나뉩니다. 자침과 진침입니다. 자침은 빠르고 가볍게 피부밑으로 침을 넣는 과정이고, 진침은 침의 손잡이를 잡고 침을 더 깊이 진행시키는 과정입니다. 진침(행침이라고도 합니다)에 과정에 여러가지 수기법(제삽, 염전, 속도조절, 호흡조절)등을 하게 됩니다. 자침을 빠르고 가볍게 하지 않으면, 환자는 통증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나, 진침은 천천히 조작을 하며, 침감을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표유부 标幽赋는 침구지남에서 기본적인 침법을 이렇게 기술했습니다.
左手重而多按,欲令气散;右手轻而徐入,不痛之因
저는 여기서 경이서입 轻而徐入 이란 말을 가볍게 천천히 넣는다라고 번역하지 않고, 빠르게 자입하고 천천히 행침한다라고 번역합니다. 침관은 이 빠르고 가벼운 자침, 마치 권투 선수가 잽을 던지는 것과 같은 경쾌한 동작을 매우 쉽게 하게 해줍니다. 더 빠르고 쉽게 만들어 줍니다.
저는 침관을 쓰지 않고 매우 침을 잘 놓습니다. 그게 왜 그러냐하면, 하루에 환자를 100명 가까이 보다보면 침관에 일일이 침을 로딩(끼우는)것 자체가 귀찮을 때가 있습니다. 특히, 왼손 수기(탐침, 안압등)을 하면 침관을 내려 놓아야 되는데, 다시 침관을 잡고 다른 침을 로딩하는 것은 꽤 번거로운 일입니다. 그러다 보니 침관 없이도 침을 쑥 쑥 놓습니다. 그래도, 가늘고 긴침을 놓을 때는 침관이 필요합니다. 지금 이야기가 중요합니다. 가늘고 긴침을 놓을 때 도움이 된다면 짧은 침을 놓을 때도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짧고 굵은 침을 침관 없이 놓을 수 있다고 해서 이것이 더 나은 행위라고 볼 수 없습니다.
침관을 쓰지 않고 침을 놓는 기술을 자랑하는 것은, 눈길에 스노우타이어 없이 운전을 할수 있다고 자랑하거나, 손잡이 없는 메스(수술용 칼)을 사용하면서 자신의 수술실력을 뽐내는 것과 같습니다. 단순히 더 '어렵다' 라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다' 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침관을 사용하지 않는 것은 하찮은 일일 뿐입니다. 더 쉽게 더 효과적으로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데 왜 오래된 방법에 연연할까요?
가끔 침관없이 침을 놓아야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중, 인당등 정확하게 피부 주름에 침을 놓으려고 할 때 침관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고 정말 정확하게 주름위에 놓고자 할 때, 침끝을 정확히 주름에 위치시킨 후 그대로 자입합니다. 침관을 쓰면 1mm정도 주름의 위치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다른 혈위도 그런 것 아니냐구요? 그렇게 시각적으로 관잘되는 가느다란 주름이 아닌 이상 족삼리나 합곡이나 침자리의 범위는 매우 넓습니다. 족삼리나 합곡의 정확한 취혈이란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혈자리의 역사에서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한, 중, 일 모두 예전에는(불과 수십년전까지) 침대를 반대손(오른손 잡이는 왼손)을 이용하여 잡고 잘쓰는 손으로 침을 놓았습니다. 일본의 혈위 고정 방법중 하나인 오스히데(Oshide)는 침자리를 왼손 엄지와 검지끝으로 고정시키고, 자침시 침대를 잡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최근엔 일본 학생들도 침체를 잡지 않지만, 예전의 일본한의사들은 모두 오스히데를 만드는 손가락을 침체를 잡았습니다. 이는 중국과 한국도 다르지 않습니다. 침체를 잡아 직진성을 확보하는 것은 CNT의 개념이 없던 시절엔 자연스러운 일이 었습니다.
이와 같이 침술의 방법도 의학의 발전과 함께 침체를 잡기도 하고 안잡기도 하고 달라집니다.
자침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은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전쟁시 총대신 활을 들고 나가는 것이 창피한 일입니다.
침의 소재도 과학의 발전과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하다못해 침 손잡이도 다양한 형태와 소재가 사용되고 각각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자신의 침법을 하찮은 기술로 포장하고 자랑하거나, 예전 그대로의 모습이 최고라고 예전 침의 고유한 방법을 고수하고 싶다면 동물의 뼈나 돌을 갈아서 침을 놓으시기 바랍니다. 폄석이야 말로 침의 고유의 형태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