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맞고 효과를 보는 환자들이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있어요. "도대체 옛날 사람들이 이렇게 침 자리(경혈)나 기가 흐르는 경로(경맥)의 존재를 어떻게 2천 년 전에 그렇게 알아냈을까요? 정말 신기해요." 이런 침 자리들이나 기가 흐르는 통로 같은 것들을 현대 의학에서도 잘 밝혀내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이걸 알아냈는지 정말 저도 궁금합니다. 대부분의 한의사 선생님들이 그런 질문에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사실 누구도 정확히 알지 못하니까요. 의학사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 질문에 답을 드려보려고 합니다.
사실 초기 경락은 보통 12경락이라고 얘기하죠. 그런데 초기 경락 모델은 12경락이 아니었어요. 경락 시스템이 담긴,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책은 중국의 마왕퇴라는 무덤에서 발견된 의서들입니다. '족비11맥구경', '음양십일맥구경' 같은 책들인데, 지금 밝혀진 것들 중 가장 초기의 경락에 관한 이론과 형태를 담고 있습니다.
1. 반응점의 체계: 여기서 보면 지금의 경락과는 다르게 치맥(이빨), 견맥(어깨) 같은 것들이 존재합니다. 지금으로 치면 수양명대장경의 치맥에 해당하는데요. 예를 들어 손가락의 반응점과 이빨을 연결한 하나의 선이에요. 그 사이에는 어떠한 점(경혈)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즉, 선은 존재하는데 점은 존재하지 않는 거죠. 이는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치맥이나 견맥의 예에서 보면 "경락 시스템이라는 것이 단순한 반응점의 연결선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어요. 이로 인해 많은 한의사들과 학자들이 가설로 세웠던 "경험적인 점들이 모여서 경락이 된 것이다"라는 학설들이 도전받기 시작했습니다.
명백하게 초기 경락 학설을 담고 있는 책에서는, 반응점과 그것이 연결된 우리 몸의 부위(예: 이빨, 어깨)를 연결한 시스템이 경락이었어요. (다른 경맥들은 음양에 관련하여 이름이 지어져 있기는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반응점이라는 것이 인류의 보편적인 사고 체계였다는 겁니다. "어디를 누르면 어디가 시원해진다"는 것은 우리가 현대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부분이죠. 이런 것들이 고대인들에게 관찰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전통의학에서 발견되는 요소입니다. 예를 들어, 마사지를 받으러 가면 볼 수 있는 리플렉솔로지 다이어그램이 있잖아요. 거기에는 발의 특정 부위가 눈, 척추, 대장 등에 해당한다고 설명되어 있죠. 이 모든 것이 반응점의 개념입니다. 초기 경락학설에 따르면, 우리가 경락과 경혈이라고 부르는 것이 인체 반응점에 관한 체계라고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2. 혈관의 체계: 두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것은, 당시에도 해부를 통해 혈관에 대한 개념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로 초기의 저작, 심지어 황제내경까지도 기가 흐르는 경맥과 피가 흐르는 혈맥(혈관)의 개념을 자주 혼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둘이 분리된 건 훨씬 후대의 일이에요. 해부를 통해 혈관의 존재를 알았고, 또 그 혈관이 인체 생명활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가설을 세웠던 거죠. 그렇다면 당시 사람들이 반응점이라는 개념과 관찰된 혈관이라는 시스템을 연결해보고 싶지 않았을까요? 이 두 가지 개념을 통해 '손의 어딘가를 누르면 이빨의 통증이 줄어든다'는 반응이, 혈관의 역할, 즉 경맥이든 혈맥이든 어떤 통로를 통해 전달된다는 개념을 세울 수 있었겠죠. 물론 이는 제 가설입니다.
3. 수리관리에 진심이었던 당시 중국: 세 번째로 고려해야 할 것은 황하라는 강과 문명입니다. 중국에서 고대 의학이 발달한 것은 고대 문명의 발달과 분리할 수 없습니다. 중국 문명이 발달하게 된 가장 중요한 계기는 황하를 정복한 것이었죠. 메소포타미아의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이나 이집트 문명의 나일강처럼, 이 거대한 강을 정복하는 데는 중앙집권적인 권력이 필요했고, 그것을 관리하는 데 필요한 순수과학(수학적 측량, 지리학, 천문학, 기후 연구 등)이 발달하면서 학문이 크게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발전으로 인해 당시 고대 중국 사람들은 '수리 시설, 즉 물을 관리해서 조화롭게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다'는 개념에 완전히 빠져있었습니다. 물을 관리하는 수로를 놓고, 가뭄과 홍수를 대비하는 이런 시스템으로 중국을 통일하고, 고대국가에서 현대적 국가로 변모하며, 매우 발전된 문명을 구축했거든요.
이 세 가지 역사적 사실을 종합해보면, 중국인들은 자연스럽게 '인체에도 강물과 같은 시스템이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을 겁니다. 결국 앞서 이야기한 '경험된 반응점'이라는 개념과 '관찰된 혈관'이라는 개념이, 자연과 정치·인간 사회에서 관찰한 물관리 시스템이라는 은유를 만나 탄생한 것이 경락과 경혈인 셈이죠.
이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지만,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제안하는 가설입니다. 하지만 충분히 학술적인 근거를 갖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물을 관리하는 시스템에서 경락이 출발했다는 개념은 역사학자들 간에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학설입니다. 실제로 내경의 경수 편에서도 경맥을 설명할 때 수리시설의 용어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고요. 반응점이라는 측면은 마왕퇴 의서에 나타나는 이야기이고, 혈관과 경맥을 혼용해 썼다는 것도 내경에까지 많이 확인되는 개념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뒷장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식으로 경맥과 경락을 이해하면 한의학의 어떤 절대적인 진리가 도전받는 것이 아닐까요? 저는 물론 도전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전 없이 한의학의 경맥과 경혈 이론에 절대성을 부여하는 순간, 한의학은 머지않아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The Origin of Acupuncture Points and Channels
One of the questions frequently asked by patients who experience the effects of acupuncture is, "How on earth did ancient people discover the existence of acupuncture points (acupoints) and the pathways of energy flow (meridians) 2,000 years ago? It's truly amazing." I'm also curious about how they discovered these acupuncture points and energy pathways, which even modern medicine hasn't fully elucidated. Most Korean medicine doctors would find it difficult to give a definitive answer to such a question. In fact, no one knows for sure. As someone who teaches medical history, I'd like to offer my personal thoughts on this question. The oldest known books containing the meridian system were medical texts discovered in the Mawangdui tomb in China. These books contain the earliest known theories and forms of meridians.
1. The system of reaction points: In the books found in Mawandui introduce tooth meridian and shoulder meridian, which are different from today's meridians. For example, it's a single line connecting a 'reaction poin't on the finger to the teeth. There are no points (acupoints) in between. This is important fact. From examples like the tooth meridian or shoulder meridian, we can see that "the meridian system was simply a connection of reaction points and their targets." This challenged the hypothesis of many acupuncturists and scholars that "meridians were formed by connecting empirical points into lines." In early meridian theories, the meridian was a system connecting reaction points to related parts of our body (e.g., teeth, shoulders). The key point here is that these reaction points were a universal thought system of mankind. The idea that "pressing somewhere makes somewhere else feel better" is something we can easily experience even today. These observations were made by ancient people and are elements found in traditional medicine worldwide. For example, when you go for a massage, you might see a reflexology diagram. It explains how specific parts of the foot correspond to eyes, spine, intestines, etc. All of these are concepts of reaction points. According to early meridian theory, we can think of what we call meridians and acupoints as a system of bodily reaction points.
2. The vascular system: Secondly, we need to consider that they had a concept of blood vessels through dissection even back then. In fact, early writings, even up to Huangdi Neijing, often used the concepts of meridians where energy flows and blood vessels where blood flows interchangeably. The separation of these two concepts came much later. They knew about the existence of blood vessels through dissection and hypothesized that these vessels had a significant impact on life activities. So, wouldn't the people of that time want to connect 'the concept of reaction points' with the 'observed system of blood vessels'? Through these two concepts, they could have developed the idea that the reaction of 'pressing somewhere on the hand reduces tooth pain' is transmitted through certain pathway, be it a meridian or a blood vessel.
3. Ancient China's dedication to water management: Thirdly, we need to consider the Yellow River and Chinese civilization. The development of ancient medicine in China is inseparable from the development of ancient civilization. The most important catalyst for the development of Chinese civilization was the conquest of the Yellow River. Like the Tigris and Euphrates in Mesopotamia or the Nile in Egyptian civilization, conquering this massive river required centralized power, and the development of pure sciences (mathematical surveying, geography, astronomy, climate research, etc.) needed to manage it led to great academic advancement. Due to this development, ancient Chinese people were completely absorbed in the concept that 'through water facilities, i.e., by managing water, they could harmoniously govern the country.' By laying waterways to manage water and preparing for droughts and floods, they unified China, transformed from an ancient state to a modern one, and built a highly advanced civilization. The Chinese naturally hypothesized that 'there must be a system like rivers in the human body as well, and we can manage our body and cure diseases by controlling them—a hypothetical energy flow system.'
Combining these three historical facts, the concepts of 'experienced reaction points' and 'observed blood vessels' met with 'the metaphor of the water management system,' giving birth to meridians and acupoints. While there's no direct evidence, this is a hypothesis based on historical facts of the time and sufficient academic grounds. The concept that meridians originated from water management systems is a theory widely accepted among historians. In fact, the Jing Shui chapter of Huangdi Neijing uses many terms from water facilities to explain meridians. The aspect of reaction points appears in Mawangdui medical texts, and the interchangeable use of blood vessels and meridians is a concept confirmed even in Huangdi Neijing. We'll look at this in more detail in the next chapter.
Then, don't these kinds of hypotheses challenge some absolute truth or value of the system of TCM? No, I believe TCM theories should be challenged. The moment we attribute absoluteness to meridian and acupoint theory without challenge, acupuncture will soon disappear.